Month: 6월 2005

도스토예프스키의 최후의 5분.

1849년 12월 22일, 영하 50도나 되는 추운 날씨에 여남은 명의 사형수가 형장으로 끌려 나왔다. 한 청년이 다른 두 사람과 함께 형장의 세 번째 기둥에 묶여졌다. 사형집행까지는 5분이 남아 있었다. 청년은 이제 단 5분밖에 남지 않은 시간을 어디에다 쓸까 생각해 보았다.
옆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는 데 2분, 오늘까지 자신의 삶을 생각해 보는 데 2분 그리고 남은 1분은 자연을 한번 둘러보는 데 쓰기로 했다. 그는 옆의 두 사람과 최후의 키스를 나누었다. ‘거총!’ 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총을 들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살고 싶은 욕망과 함께 죽음의 공포가 몰려왔다. 바로 그때 말발굽 소리와 함께 한 병사가 나타나서 소리쳤다. “사형중지, 황제가 특사를 내리셨다!”

28세의 나이로 총살 직전에서 살아난 사형수, 그는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같은 불후의 명작들을 썼고,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였다.

흔히 도스토예프스키를 말하고자 하면 꼭 나오는 이 이야기는, ‘시간의 소중함’ 을 알리기 위해 자주 인용된다. 미담이라는 단어로 포장되어서 이곳저곳 퍼날라지고 선생들이 학생들을 훈육하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난 이런 미담이 정말 싫었다. ‘좋은 생각’ 참조)

사실 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최후의 5분’ 은 철저하게 조작된 연극이었다. 사상범을 전향시키기 위해서 러시아 제정에서 극적으로 연출한것이다. 영하 50도의 살인적인 추위에 총살이라는 잔인한 형벌, 거기에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5분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형이 중지되었으니,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것이 신의 뜻이라 생각하고 신과 제국을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다.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는 그렇게 했다! 그는 이후 철저한 보수주의자로 변신했다. (자세한 건 여기에)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이 ‘최후의 5분’ 이야기를 열렬히 하노라면, 과감하게 ‘그것은 연극이었다’ 라고 태클을 걸어버리고 싶다.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도스토예프스키가 대문호에서 악인으로 변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소중히 하자는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이렇게 트집잡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괜히 그 사람을 ‘엿먹이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 ‘미담’으로 자신을 치장해보이려는 속셈이 가증스러워서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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